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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사진영화 <피아니스트> 리뷰 – 전쟁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음악

by nunu7 2025.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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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사진

 

어떤 영화들은 한 번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만, 어떤 영화들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 깊이 남아 오래도록 여운을 준다. *피아니스트(2002)*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하고, 애드리언 브로디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실, 전쟁을 다룬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피아니스트는 전쟁의 참혹함을 웅장한 전투 장면이나 영웅적인 이야기로 그리는 대신, 한 인간이 끝없는 절망 속에서도 음악을 붙잡고 살아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 영화는 총성이 울리고 폭격이 쏟아지는 순간에도, 음악이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 꿈을 연주하던 피아니스트, 한순간에 모든 걸 잃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스필만(애드리언 브로디)은 폴란드 바르샤바 라디오 방송국에서 쇼팽의 녹턴을 연주하고 있다. 그의 손가락은 건반 위를 부드럽게 타고 흐르고, 방 안은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 찬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순간도 잠시, 갑자기 폭격이 시작되면서 유리창이 깨지고 연주가 중단된다. 피아노 소리보다 더 큰 전쟁의 소음이 그를 덮쳐버린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스필만은 바르샤바에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였고, 가족과 함께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나치가 폴란드를 점령하면서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 유대인들은 차별받고, 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으며, 결국엔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스필만과 그의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은 바르샤바 게토로 강제 이주당하며 비참한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스필만은 어떻게든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결국 가족들은 기차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고, 스필만은 우연히 한 경찰의 도움으로 혼자 살아남는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그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결코 다행스럽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후의 시간은 절망과 고통 그 자체였다.


2. 끝없는 도망,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순간

스필만은 게토에서 탈출한 뒤, 바르샤바의 폐허 속을 떠돌며 숨어 살아야 했다. 제대로 된 식사 한 번 하지 못하고,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점점 인간의 모습이 아닌 유령 같은 존재로 변해갔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나치 군인들이 한 유대인 가족을 학살하는 장면이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노인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는 장면은, 전쟁이 얼마나 인간성을 잃게 만드는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스필만도 이런 잔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도망 다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점점 더 쇠약해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혀져 간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그가 굶주린 상태에서 한 집에 몰래 숨어 있다가, 마침내 견디다 못해 통조림 하나를 열려고 하는 순간이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굶어서 힘이 없어 손으로 통조림을 열지도 못한다. 그저 칼을 떨어뜨릴 뿐. 이 장면은 말 한마디 없이도 인간의 처절한 생존 본능을 가장 강렬하게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다.


3. 음악이 만든 기적 – 독일군 장교와의 만남

전쟁이 끝나갈 무렵, 스필만은 폐허가 된 한 저택에서 숨어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발견한 독일군 장교 빌름 호젠펠트(토마스 크레취만 분)가 다가온다.

이 순간은 마치 시간마저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장교는 묻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스필만은 조용히 대답한다.

"피아니스트입니다."

그러자 장교는 피아노를 연주해보라고 한다.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스필만은 떨리는 손으로 피아노 앞에 앉는다. 그리고 쇼팽의 발라드 1번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놀라운 것은, 스필만은 오랫동안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음악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연주가 시작되자 모든 것이 사라진다. 배고픔도, 두려움도, 전쟁도. 오직 피아노의 선율만이 흐른다.

그리고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호젠펠트는 스필만을 죽이는 대신, 그에게 은신처를 마련해 주고 식량을 몰래 가져다준다. 전쟁 속에서도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구한 것이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음악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운명을 바꿀 수도 있는 힘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4. 다시 피아니스트로 돌아가다

전쟁이 끝나고, 스필만은 다시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는 예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고,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가 연주하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영화가 관객에게 묻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과연 무엇을 붙잡을 것인가?"


5. 우리가 피아니스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이 영화는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니다.

  • 음악은 인간을 지켜준다. 전쟁 속에서도, 피아노는 스필만이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인간애까지 없앨 수는 없다. 호젠펠트 장교와의 만남은 우리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 예술은 영원하다. 시대가 변해도, 전쟁이 끝나도,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

이 영화는 쉽게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마치 쇼팽의 선율이 귓가에 남아 있는 것처럼, 피아니스트는 우리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울려 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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